나라의 주인이 국민인지, 국민을 농락하고 핍박하는 자들의 것인지 세상은 온통 어지럽기만 하다. 누군가 바로 잡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해보지만 서로 얽히고 설킨 인연의 고리 집단은 불가침의 성역이다.
언제부터인지 알게 모르게 ‘편가르기’의 악순환이 만연되어가는 사회에서 자신과 자신들의 집단만이 우선되어야 하고 우선이라는 아집스러움이 나라 전체를 흐려 놓고 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뻔뻔스러움은 날이 갈수록 극에 달하고 있다.
입법을 관장하는 국회는 오롯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법률의 변경이나 제정을 양심에 거리낌 없이 자행하고, 사법을 관장하는 법원은 각종 로비에 휘둘리며 변칙적이고 옳지 못한 판결로 사법농단을 하고 있으며, 법을 집행하는 정부 특히 검찰과 경찰은 물리적으로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자의든 아니든 직분에 소홀했거나 봐주기식의 처사를 했다는 것이다.
사회정의 실현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에서 개인 사업자의 로비에 대법관이 휘둘려 재판을 뒤집는 사법농단사태가 일어났으며, 대법관은 퇴직 후에도 이권을 따랐다. 이 정도 사실은 나라를 발칵 뒤집히게 할 중대한 사건이지만, 검찰은 전 대법관을 비공개로 두 차례 소환하는 데 그쳤다. 그 흔한 압수수색도 없었다.
‘양승태 사법 농단’이 터졌을 때 정의를 부르짖으며 시도 때도 없이 회의를 열고 성명을 내던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권순일 대법관의 사법농단에는 침묵했다. 사법농단 폭로자(피해자)라는 타이틀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었던 민주당 이탄희ㆍ이수진 의원도 모른 척하고 있다.
권 대법관의 사법농단은 전 정권에 의해서 철저히 뭉개졌다. 국민의 관심은 정권이 바뀌면 사실이 규명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지만, 검찰은 “대장동 개발 본류 수사가 먼저”라는 입장을 강조하며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사법부 신뢰를 송두리째 흔드는 사법농단은 국기 문란행위이다. 이를 방치한다면 김경수 전 경남지사처럼 “진실의 법정” 운운하며 사법부를 경시하는 풍조가 계속되어 순리를 역행하는 위험요소가 발생될 수 있다.
이번의 사법농단사태와 더불어 공교롭게도 권 전 대법관을 비롯해 박영수 전 특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이 불법적인 이권 취득의 피의자로 지목되고 있지만, 과거의 인연과 조직의 생리를 보면 과연 이들의 수사와 처벌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그러나 결코 순리의 역행을 묵인해서는 안 된다.